<탄원서>
존경하는 재판장님께!
2025년 2월 22일, 전남 영암군 소재 돼지축사(우성축산)에서 28세 네팔 출신 이주노동자 故 뚤시 뿐 머걸(Tulsi Pun Magar, 1998년생) 님이 폭언, 폭행, 직장내괴롭힘 등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고인은 네팔에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한국에 입국한 지 6개월 밖에 되지 않은 청년 노동자였습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개별 사업장의 일탈’이 아니라, 대한민국 농축산업 전반에 구조화된 이주노동자에 대한 착취와 인권 유린의 민낯을 드러낸 참사입니다. 우리는 고인의 죽음이 스스로의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업주인 피고인의 폭력적이고 비인간적인 노동환경 속에서 발생한 강요된 죽음이라 생각합니다.
해당 축사에는 20명의 이주노동자 중 18명이 네팔 출신이었으며, 지난 1년간 무려 28명의 노동자가 사업장을 떠났습니다. 피고인과 팀장의 폭언, 폭행, 괴롭힘이 심각했던 상황입니다. 특히 축사가 민가와 멀리 떨어져 있고 방역을 이유로 외출조차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이주노동자들은 고립된 채로 고통을 감내해야 했습니다.
고인의 극단적 선택 이후 동료 노동자들의 용기 있는 증언을 통해 이 축사에서 지속적인 폭언, 폭행, 직장내괴롭힘, 장시간 노동과 강요가 있었음이 드러났습니다. 이후 고용노동부가 조사에 착수했고, 경찰은 해당 축사를 압수수색한 뒤 피고인을 구속했습니다.
고인은 출근하지 못한 날조차 출근한 것처럼 조작된 출근기록 속에서,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존엄조차 누리지 못한 채 죽음에 내몰렸습니다. 고인의 죽음은 지금도 전국 곳곳의 농장과 공장에서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수많은 이주노동자들의 현재를 상징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여전히 고용주들은 이주노동자를 ‘소모품’처럼 대우하며, 말과 행동, 고용구조, 노동환경 전반에 걸쳐 폭력과 차별을 자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망사건의 피고인 역시 해당 축사를 자신만의 ‘치외법권 지대’처럼 운영하며 노동기본권을 철저히 무시한 채, 한 청년을 죽음으로 몰았습니다.
저희는 이번 사망사건의 진상을 알리고, 고인과 유가족 그리고 남은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이주인권단체, 노동·시민사회단체의 일원들입니다. 저희는 고인의 죽음에 깊은 애도를 표하며,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사건의 진상이 명확히 밝혀지고 책임자가 엄중 처벌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사망사건은 단순한 직장 내 갈등이 아닌 노동력의 구조적 착취와 인권유린에 대한 중대한 범죄로서 그 죄질에 상응하는 엄중한 법적 처벌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겠습니다. 사업주에 대한 엄중처벌은 단지 한 개인의 처벌을 넘어, 우리 사회가 이주노동자의 노동권과 인권에 최우선을 다한다는 메시지를 담게 될 것입니다. 재판부의 엄정한 판결은 유사한 인권침해를 미연에 방지하고, 농축산업 현장의 변화와 경각심을 일으킬 것입니다.
재판장님!
이 땅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가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고인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일이 없도록, 그리고 이주노동자가 더 이상 차별받지 않도록, 피고인에게 단호하고 무거운 처벌을 내려주시기를 간절히 요청드립니다. 이번 판결이 고인을 기억하고, 그의 억울한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하는 최소한의 책임이자 연대라고 믿습니다.
이번 사건의 피고인인 사업주의 엄중처벌을 촉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