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다시! 추모를 딛고 행동하는 여성 선언
강남역을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10년 전, 강남역 근처 화장실에서 한 여성이 살해당했다.
범인은 화장실에 숨어 6명의 남성을 보낸 후, 7번째로 들어온 여성을 타깃으로 삼았다. 범행 동기는 “여성들이 나를 무시해서"였다. 범인조차 "여자라서 죽였다"고 자백했지만, 수사기관과 언론은 '여성혐오 범죄'라 부르기를 거부했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었다. ‘강남역 여성살해사건’의 이유는 단 하나, ‘성차별 사회, 여자라서’ 죽었다.
그동안 세상은 여성이 범죄 피해자 일 때 ‘노래방 살인녀’로 불렀다. 살해당해 트렁크에 담기면 ‘트렁크녀’, 염산 테러를 당하면 ‘염산녀’, 길고양이 밥을 주다 벽돌에 맞으면 ‘캣맘’이 되었다. 여자라면 죽음조차 오락거리와 가십이 되는 사회였다. 그래서 여성들이 스스로 가리고 숨도록 만들었다.
그날 강남역에서 우리는 각성하고 집결했다.
가십거리로 소모되는 '조롱당하는 여자'가 되지 않을 방법은 자기검열과 침묵을 깨고 구조를 바꾸는 것뿐임을. 아무리 실력을 키우고 당당히 살아가려 해도 운 나쁘게 들어간 화장실에서 생을 마감할 수 있는 대한민국에서, ‘강남역 여성살해사건’은 여성폭력이 만연한 사회를 각성하게 했다. ‘여자라는 이유로’라는 말에 뜨겁게 분노했던 우리는, 싸우지 않으면 달라지지 않을 세상에서 모이고 또 모여 서로의 용기가 되었다.
강남역은 전국 어디에나,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강남역 여성살해사건’은 한 건의 사고가 아니라, 거대한 성차별적 구조가 묵인해 온 예고된 비극이었다. 그렇기에 2016년 5월 17일의 강남역은 강남역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모든 곳에 있었다.
여자라는 이유로, 진주 편의점에서 한 여성이 ‘머리가 짧다’며 폭행을 당했다.
여자라는 이유로, 부산 오피스텔 공동현관에서 한 여성이 강간미수와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여자라는 이유로, 인천 대학 캠퍼스에서 한 여성이 성폭행으로 추락사했다.
여자라는 이유로, 서산 군부대에서 한 여성이 성폭력을 신고했지만 묵살당하고 부대 내 2차 피해로 사망했다.
여자라는 이유로, 대구에서 한 여성이 연인으로부터 통제와 스토킹으로 고통받다 살해당했다.
여자라는 이유로, 광주에서 세 모녀가 교제폭력으로 살해당했다.
여자라는 이유로, 제주에서 한 여성이 6년간 5번의 교제 폭력 신고 끝에 결국 살해당했다.
이러한 사회적 비극의 행렬 뒤에는 폭력을 방조한 미디어, 부실 수사와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한 사법부, 표를 위해 혐오를 동력으로 삼은 정치인들이 있었다.
10년간, 강남역을 기억하는 투쟁도 어디에나 있었다.
여성폭력이 이어지는 동안에도 여성들은 절망에만 머물지 않았다. 우리는 모였고, 외쳤으며, 마침내 세상을 바꿔왔다. 누군가의 용기는 다른 이에게 건네는 경고가 되고, 누군가의 죽음은 또 다른 이의 각성이 되었다. 그렇게 우리의 포스트잇은 서로를 연결하는 투쟁이 되고, 우리의 외침은 사회적 공분이 되고, 우리의 구호는 법안이 되었다.
여성들은 무수한 데이터로 구조적 차별을 증명해왔다. 수많은 신고는 통계가 되고, 수많은 죽음이 판례가 되어 쌓여갔다. 교제 폭력의 94%가 디지털 성폭력을 수반한다는 통계, '친밀한 관계 범죄'에 대한 첫 공식 통계 산출은 여성들의 피와 눈물로 쓰여진 역사이며, 여성 폭력이 '개인의 불운'이 아닌 '구조적 문제'임을 증명하는 무기가 되었다.
여성들은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이후 공중화장실 비상벨과 CCTV 확충 등 물리적 안전망을 강화시켰다. 무엇보다 '묻지마 범죄'라는 모호한 단어 뒤에 숨겨진 '여성혐오'의 실체를 사회적 의제로 끌어올렸다.
여성들은 친밀한 관계의 폭력을 범죄로 규정했다. 신당역 사건 이후 스토킹 처벌법을 강화시켰고, 리벤지 포르노와 버닝썬 사태는 '디지털 성범죄'와 '교제 폭력'에 대한 사회적 공분으로 모여 법 제정의 토대가 되었다.
여성들은 연대의 힘으로 권력을 심판했다. 혜화역의 불꽃은 불법 촬영 근절을 이끌었고, 미투 운동은 권력형 성범죄자들을 단죄했다. 나아가 구조적 성차별을 부정하며 혐오를 선동한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며, 여성들은 민주주의의 보루로서 광장을 빛으로 밝혔다.
강남역! 다시! 추모를 딛고, 행동하라!
강남역을 기억한다는 것은 단순히 한 명의 죽음을 추모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법은 만들어졌으나 여성의 삶은 바뀌지 않았기에 우리에게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기술의 이름으로 일상을 파괴하는 디지털 성착취 구조, 가해자를 옹호하고 피해자를 모욕하는 사법부의 낮은 감수성, 차별을 부정하며 혐오를 동력 삼는 백래시 정치까지! 아직 여성이라는 이름으로 벌어지는 폭력에 맞서, 성차별이 만들어내는 무수한 폭력에 자매들을 잃지 않기 위해 다시! 모이고 외치고 나아갈 것이다.
전태일을 기억하며 노동의 가치를 세웠듯이, 광주민중항쟁을 기억하며 민주주의를 쟁취했듯이, 강남역으로부터 10년, 강남역을 기억하며 우리는 성평등한 사회로 나아가는 중단 없는 행진을 이어갈 것이다.
우리는 이 거대한 성차별의 벽에 맞서, 여성폭력이 사라지는 그날까지 멈추지 않고 행동하기 위해! 다시! 강남역을 기억하고 이어갈 것이다. 우리는 끝내 추모를 넘어 행동할 것이다!
* 강남역! 다시! 추모를 딛고 행동하는 여성 선언
"강남역을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 여성선언에 참여해주세요!
- 여성들의 여성선언을 모아 5/17일에 발표하고자 합니다.
* 3.8에서 5.17까지 여성폭력 해결을 위한 집중 행동에 함께해주세요!
기자회견 참여 🎤
3/7(토) 오전10시, 광화문광장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맞은편 <3.8에서 5.17까지 여성폭력 해결을 위한 집중행동 선포 기자회견>
토론회 참여 📖
3/18(수) 오후7시30분, 서울여성플라자 4층 시청각실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 토론회>
전국 순회 여성폭력 다이인&릴레이 토론회 💥
3/7(토)~5/17(일) 전국 순회 여성폭력 다이인 & 릴레이 토론회
추모행동 함께하기✊
5/17(일) 오후3시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 추모행동>
온라인 실천 🔥
여성선언 확산을 위한 실천 (SNS나 각종 소통방에 올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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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쩍 책모임 📖
대한민국 사회에 만연한 강간문화와 여성폭력에 맞서기 위한 책모임
민중가요 노래패 🎼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 추모행동에서 노래로 연대할 <연대하모니 프로젝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