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내 마르크스 경제학 개설을 요구하는 학생들 연서명

경제학부 교과위원회는 우리의 학문적 동료가 될 자격이 있는가一 교과위원회의 노골적인 마르크스 경제학 배제에 부쳐


교과목 개설 과정에서 마르크스 경제학은 의도적으로 배제되었다.

서울대학교 경제학부에서 비주류 경제학을 공부할 수 있는 교과목은 [정치경제학입문], [마르크스경제학], [현대마르크스경제학]으로 총 세 과목이다. 2023년까지 꽤 꾸준히 열리던 위 세 과목은 서울대학교 내부에서 점진적으로 종적을 감추게 되었다. 경제학부 교수들로 구성된 ‘교과위원회’는 2023년 “교과과정 운영과 강의 수요/공급 상황”을 근거로 [현대마르크스경제학]을 강의하고 있던 강사가 이 과목을 담당하지 못하도록, 그리고 계절학기에 [정치경제학입문]을 열지 않도록 결정했다. 현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와 강사를 통틀어 마르크스 경제학 전공자가 없으므로 사실상 폐지 절차를 밟고있는 것이다.

마르크스 경제학에 대한 학생들의 수요는 충분히 있었음에도 무시되었다.

2024년 9월 시행된 서울대학교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시행하는 교과목 개설 수요조사에 따르면, 2024학년도 겨울학기에 [정치경제학입문] 수강을 희망하는 학생은 16명이었고, 2025년 3월 시행된 동일한 수요조사에 따르면, 2025학년도 여름학기에 [정치경제학입문] 수강을 희망하는 학생은 21명, [마르크스경제학]과 [현대마르크스경제학]은 각각 16명으로 뚜렷한 수요를 보였다. 하지만 경제학부 교과위원회는 수요조사 결과를 분명히 전달받았음에도 이를 묵살한 채 위 세 과목을 개설하지 않았다. 

대학은 수요에 따라 지식을 ‘판매’하는 공간이 아니다.

수요가 존재함에도 개설하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수요가 없다고 하여 해당 학문을 폐지하는 것 또한 문제다. 대학은 지식을 전달하고 생산하는 한 축을 담당하기에, 학문 다양성이 보장되고 내실 있는 기초교육이 이뤄져야 마땅하다. 단순히 수요 논리에 의해 소수 학문의 존립을 위협하는 것은, 대학의 근본적인 목적을 외면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비주류 주제/전공의 교육 또한 타 주제/전공의 교육만큼 중요함을 역설하고, 이를 포함하는 교육과정을 설립하고 실행할 책임이 있다. 

마르크스 경제학은 단순한 하나의 사조가 아니다.

마르크스 경제학은 자본주의 체제의 구조와 모순을 분석하는 독자적인 이론 체계로서, 사회학·정치학·역사학·철학 등 인문·사회과학 전반에 깊이 자리하고 있다. ‘노동’, ‘착취’, ‘잉여가치’ 등 그 핵심 개념들은 오늘날에도 유효한 비판의 도구이다. 마르크스 경제학의 배제는 단지 한 과목의 폐기가 아니라, 한 시대를 관통해 온 사유의 전통을 학문공간에서 추방하는 일이다.

교육은 지식의 일방적 주입이 아니라, 동료로서 함께 성장하는 과정이다.

교육은 스스로 배우고자 하는 자를 기르고, 교육자는 그 동료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스스로 배우고자 하는 이를 외면하고, 마르크스 경제학의 학문적 맥을 끊고자 하는 교과위원회는 과연 우리의 학문적 동료가 될 자격이 있는가? 


하여 우리는 이 사태를 단호히 규탄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경제학부는 학생들의 의견에 따라 빠른 시일 내에 경제학부 전공과목인 [정치경제학입문], [마르크스경제학], [현대마르크스경제학]을 정기적으로 개설하라

하나, 수요 논리에 따라 교과목을 개설하는 것이 아니라, 기초 학문의 내실을 다지고 학문 다양성을 보장하라

하나, 교수만이 강의 개설 권한을 독점하는 현재의 구조를 재검토하고, 비정규 강사의 교육노동을 존중하라


2025. 4. 15.

서울대학교 내 마르크스 경제학 개설을 요구하는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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