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책방과 작은 출판사를 살리는 도서정가제 지키기 서명 운동
도서정가제 사수를 위한 한국출판인회의 입장

지난 7월 문체부가 도서정가제에 대한 민관협의체의 합의안을 무시하고 도서정가제 전면 재검토를 일방 통보한 이후, 한국출판인회의는 이 시점에서 출판 생태계 지킴이라 할 수 있는 도서정가제를 사수해야만 하는 절박하고 근원적인 이유에 대해 입장을 밝힙니다.

1. 도서정가제가 없어지면 동네 책방이 사라집니다.

도서정가제의 약화는 동네 책방들을 고사시킬 것입니다. 최근 도서정가제를 지키기 위한 동네 책방들의 투쟁이 뜨겁게 진행되고 있는 것은 동네 책방들이 처한 상황이 얼마나 절박한 것인가를 보여줍니다. 50평 미만의 동네 책방은 전국 서점의 73%(1,500여 개)에 해당하며 지역사회의 정신적·문화적 네트워크를 지키면서 책과 일상적 삶을 연결해주는 귀중한 장소입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작은 책방이 우리 동네 골목 한 귀퉁이를 지키고 있는 것은 도서정가제의 보이지 않는 큰 힘 때문이었습니다.

2. 도서정가제가 없어지면 작은 출판사가 사라집니다.

우리나라 출판사 70% 이상은 1년에 5종 이하의 책을 만드는 작은 출판사들입니다. 작은 출판사들은 출판의 다양성을 지키고 새로운 필자와 독자들을 탄생시키는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출판시장의 양극화가 심화하는 중에도 출판을 하겠다는 사람들의 도전이 이어지는 것은 도서정가제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기 때문입니다. 도서정가제가 없어진다면 새로운 출판에 도전하는 사람들의 용기와 의지가 꺾일 것이고, 작은 출판사의 참신하고 다양한 기획은 줄어들게 되며 출판시장의 획일화와 양극화는 심화될 것입니다.

3. 도서정가제가 없어지면 내가 읽고 싶은 책이 사라집니다.

도서정가제는 단지 출판사들의 이해관계로만 성립되는 사안이 아닙니다. 하나의 책이 적정한 가격으로 어디서나 동일하게 대접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출판사는 새로운 기획을 하기 어렵고, 새로운 작가들에게 과감하게 기회를 제공할 수 없습니다. 신간이 팔리지 않는 시장이라면 출판사는 다양하고 유의미한 신간의 기획에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현재적 사상을 담은 책을 읽고 싶은 독자들의 잠재적 요구가 실현되지 못합니다. 내가 원하는 책이 출간되지 않는 획일화된 도서 시장에서 독자들은 떠나게 됩니다. 도서정가제가 없어지면 ‘책의 미래’도 암울해집니다.
4. 책은 문화적 재산입니다.

문화 선진국인 프랑스는 1981년 도서정가제를 필수 불가결한 규제의 수단으로 ‘랑법’을 제정하였습니다. 이 법 제정의 주역인 당시의 문화부 장관 쟈크 랑(Jack Lang)은 이 법의 목적에 대해 의회에서 다음과 같이 발언했습니다.
“책을 다른 상품과 달리 취급하는 예외적 제도의 바탕을 이루는 것은 책을 일반 상품으로 간주할 수 없다는 의지이며, 시장의 논리를 다소 굽혀서라도 책이 당장의 수익 논리에만 좌우될 수 없는 문화적 재산(bien culturel)임을 확실히 하겠다는 의지이다.”

한국출판인회의는 2003년 법률로 제정, 18년이란 긴 세월 동안 보완 개선되며 유지 발전된 도서정가제는 특히 작은 출판사 및 동네 서점에는 생존이 달린 중요한 사안이자 출판문화 생태계를 지속할 수 있게 유지, 발전시키는 긍정적인 제도라는 점에서 매우 중차대하게 생각하고 있기에 이번 ⓵ “‘도서정가제 합의안’에 대한 무조건적이고 조속한 이행”과 ⓶ “출판문화산업진흥 정책의 전면 재검토와 지원 확대”를 강력히 촉구하면서 우리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총력을 다해 끝까지 투쟁해 나갈 것이다.

2020년 9월 1일
한국출판인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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