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지적장애 HIV 여성감염인' 선처를 위한 탄원서
존경하는 재판장님

저(우리 단체)는 이번 사건의 피고인의 선처를 호소하기 위해서 탄원에 동참합니다.

이번 사건의 피고인은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는 여성이며, HIV 감염인입니다. 피고인은 지난 8월 HIV 바이러스를 가진 감염인이라는 것을 상대방에게 고지하지 않고, 콘돔 등의 보호조치 없이 성매매를 하였다는 이유 등으로 지난 10월 체포되었습니다. 현재 성매매방지법,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 등 위반으로 구속된 채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피고인은 현행 법을 어겨 재판을 받고 있지만, 저(우리 단체)는 피고인의 상황이 충분히 고려되어 선처를 받아야 한다고 여겨 이렇게 탄원에 동참하게 되었습니다.

피고인은 지적인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학창시절 또래로부터 따돌림과 폭력을 빈번하게 경험했습니다. 결국 고등학교 1학년에 학교를 그만두게 되면서 가출을 반복하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성폭력 피해를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장애 등록도 10대 후반에 하게 되었고, 지적 장애인에게 필요한 여러가지 사회적 지원을 충분히 받지 못한 상황에서 주변 사람들로부터 금전적인 사기 피해를 많이 경험하였습니다. 또한 피고인이 HIV 감염인인것을 알면서도 성매매를 알선한 사람은 동거하고 있던 남자친구였습니다. 남자친구는 피고인의 열악한 상황을 이용해서 명시적인 협박과 폭력 없이도 성매매를 통해서 생계비를 벌어오도록 하였습니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해볼때 피고인은 자신의 생계와 사회적 관계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서 이러한 착취적인 상황에서 벗어나기 어려웠습니다.

또한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 상 전파매개행위금지조항은 현재의 의학적으로 진보한 상황을 전혀 담고있지 못한 후진적인 조항입니다. 많은 의료인들이 치료제를 잘 복용하고 있을때 HIV 바이러스가 미검출에 이르고, 이는 감염인이 타인에게 HIV 바이러스를 전파시킬 능력이 극히 희박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질병관리본부는 공식적인 서한을 통해서 “HIV에 감염된 사람이 항바이러스 치료를 매일 처방받은대로 복용해서 체내 바이러스의 양이 발견되지 않는 수준으로 유지한다면, HIV에 감염되지 않은 성관계 파트너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위험이 없다는 점을 의미한다"( https://www.cdc.gov/hiv/library/dcl/dcl/092717.html )는 점을 다시한번 강조한 바가 있습니다.

재판장님, 이러한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피고인에게 선처해주시고 판결에 반영해주시기를 요청합니다. 피고인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처벌과 사회적 격리가 아니라 필요한 치료를 받고, 착취적인 관계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지적장애를 가진 여성이 경제적, 성적으로 착취받지 않고 지지와 지원을 통해서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와 국가가 돕는 것입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애인이 사법 행정절차 및 서비스제공에 있어서의 차별금지를 명시하고 있고 26조제6항에서는 “사법기관은 사건관계인에 대하여 의사소통이나 의사표현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가 있는지를 확인하고, 그 장애인에게 형사사법 절차에서 조력을 받을 수 있음과 그 구체적인 조력의 내용을 알려주어야 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피고인은 경찰 수사과정에서 장애인에게 필요한 적절한 조력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피고인의 이러한 사정이 수사과정에서 고려되지 못했다고 보입니다.

부디 재판과정에서라도 피고인이 살아온 삶의 맥락을 깊이 살펴주시고, 판결에 반영해주시기를 간절히 호소합니다. 그럼으로써 피고인이 받는 재판의 의미를 밝혀주십시오. 그럼으로써 사회적인 약자가 범죄자가 되는 과정에 대해서 사회가 관심을 가지고 이 고리를 끊을 수 있는 노력을 피고인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 사회 전체가 할 수 있도록 여지를 만들어주십시오. 가장 큰 책임이 사회와 국가에 있다는 점을 상기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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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원서는 12월 7일~20일까지 모아서 전달하겠습니다.

*탄원에 참여하시는 분 중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한 분은 아래의 기사와 성명을 참조해주세요.

[한겨레21] 누가 HIV 감염 여성을 악마로 만들었나.
성매매로 구속된 부산 HIV 감염 여성의 부모·법률 대리인·조력자들의 증언과 의무기록 사본 증명서 심리·지능검사 결과가 말하는 그녀의 삶과 낙인
http://h21.hani.co.kr/arti/cover/cover_general/44447.html?_fr=mb2

[긴 급 성 명] 부산 HIV감염된 20대 여성 성매매 사건에 대한 긴급 성명
“문제는 공포를 재생산하는 언론보도와 여성 감염인에 대한 인식, 정책의 부재다”
http://wde.or.kr/action/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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