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2차가해와 피해자 중심주의 논쟁》 출판 중지와 수거 요구를 중단하라!
의견이 다르다고 책을 없애라는 노동당 여성위원회, 불꽃페미액션, 노동당 성정치위원회, 페미당당 등의 요구는 언론·출판·사상의 자유 부정이다

▶ 《성폭력 2차가해와 피해자 중심주의 논쟁》 전문 보기: http://chaekgalpi.com/sexual-violence-controversy

서명에 함께해 주십시오
지난 7월 12일 책갈피 출판사는 《성폭력 2차가해와 피해자 중심주의 논쟁》(최미진 지음)을 출판했습니다. 이 책은 한국의 성폭력 반대 운동 내 몇몇 조류들이 물신화시키고 있는 ‘피해자 중심주의’-‘2차가해’ 개념을 비판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내용입니다.

애초에 두 개념은 성폭력 피해 여성에게 가해지는 지독하게 보수적인 편견에 맞선 반발이라는 이해할 만한 맥락에서 등장했었습니다. 그러나 두 개념 자체에 내포된 ‘주관주의’라는 난점은 현실에서 여러 혼란과 부작용을 낳았고 때로는 노동자 운동과 진보 운동에 불필요한 갈등과 분열을 자아내거나 자유로운 토론과 논쟁을 가로막는 것으로까지 나아가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이 책에는 이런 사례들이 언급돼 있습니다.

물론 압도 다수(서구의 통계로 92퍼센트)의 강간 피해 호소 여성이 진실을 말하고, 오직 극소수(3퍼센트)만이 거짓을 말합니다. 그렇지만 92퍼센트는 100퍼센트가 아니고 3퍼센트는 0퍼센트가 아닙니다. 피해자 중심주의는 바로 이 명백한 점을 보아 넘기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독단적 명령이 먹히지 않을까 봐 ‘2차가해’라는 말로 질문과 의견의 자유를 권위주의적으로 억누르려 해 왔습니다.

이 때문에 최근 들어 두 개념에 대한 비판적 문제의식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성폭력 2차가해와 피해자 중심주의 논쟁》도 잘못된 개념과 절차가 낳은 부작용들을 살펴보며 대안적 개념과 절차를 모색하고, 그럼으로써 성폭력 피해자들이 더 적절한 해결 절차를 제공받고 잘 싸울 수 있도록 도우려는 고민의 산물입니다.

그런데 7월 31일 우리의 눈을 의심케 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온라인에서 일부 사람들(노동당 여성위원회, 불꽃페미액션, 노동당 성정치위원회, 페미당당)이 《성폭력 2차가해와 피해자 중심주의 논쟁》을 ‘2차가해’로 지목해 “출판 중지와 수거”를 요구한 것입니다. 심지어 “법적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까지 했습니다.

이들은 이 책에서 다루는 특정 사례 분석이 “관련자들의 동의도 없이 공론화”해서 문제고 “피해자에게 심각한 ‘2차 피해’를 주는 행위”라고 비판합니다. 그러나 이들이 문제 삼는 사건은 이미 일간지에 여러 차례 보도됐고 지금도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아무나 사건 보고서를 다운로드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 책은 관련자들을 가명으로 처리하고 판결문 등에 나오는 객관적 증거와 사실을 기초로 사례들을 분석했습니다. 책 출판 전에 변호사들에게 미리 법률적 검토도 받았습니다.

사실, ‘2차가해’와 ‘피해자 중심주의’는 성폭력 피해호소인을 위한 구제 절차를 규정하는 개념이기도 하므로 이 개념들에 내포된 난점을 논하려면 실제로 두 개념이 적용돼 혼란과 부작용을 낳은 사례를 언급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사례 언급 자체가(다른 성폭력 관련 도서들도 사례를 언급합니다) ‘2차가해’라니, 그저 입을 다물라고 강요하는 것이고 어떤 이견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태도나 마찬가지입니다.

이 책의 출판 중지와 수거를 요구하는 사람들 중에는 이 책을 박유하의 《제국의 위안부》나 심지어 《전두환 회고록》에 비유하며 출판 중지 요구를 정당화하는 이들이 있는데, 이는 터무니없는 주장입니다. 두 책은 각각 전시 일본군 ‘위안부’였던 가난하고 천대받는 할머니들을 비하하고, 역사를 왜곡하며 학살을 정당화한다는 점에서 일말의 책임성도 없고 공공성을 파괴합니다. 반면, 《성폭력 2차가해와 피해자 중심주의 논쟁》은 노동자 운동의 분열을 촉진하는 교리주의적이고 도덕주의적인 개념과 그 실천을 비판함으로써, 기본적으로 노동계급의 단결을 지향하는 입장입니다. 또 자본주의 하에서 성폭력 문제와 효과적 대처, 궁극적 대안 모색을 둘러싼 토론과 논쟁의 자유화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 비춰 보면 이 책은 노동계급의 관점에서 공공성과 책임성을 도모하고 있는 것입니다.

생각이 다르다면 비판적 의견을 내놓으면 될 일입니다. 즉, 이 책의 주장을 반박하는 근거를 내놓고 지지를 얻으려 노력하는 것이 민주주의 운동의 오랜 전통에 부합하는 자세일 것입니다. 의견이 다르다고 책 자체를 없애라는 것은 군사 독재도 결국 막지 못한 언론∙출판·사상의 자유를 침해하는 비민주적 발상입니다.

책갈피 출판사는 1998년과 1999년에 《마르크스의 혁명적 사상》을 비롯한 11종의 책이 이적표현물로 지정돼 출판 금지되고 당시 출판사 대표가 국가보안법으로 두 차례 옥고를 치렀습니다. 이처럼 책갈피 출판사의 역사는 여러 진보적 사회과학 출판사들이 그랬듯이 언론∙출판∙사상의 자유를 위해 싸워 온 역사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우리 운동이 끈질기게 저항한 덕분에 국가기관조차 손쉽게 건드리지 못하게 된 표현의 자유를 차별에 반대한다는 일부가 부정하는 것에 우려를 금할 수 없습니다.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는 이 비민주적인 요구는 중단돼야 합니다.

* 이 서명은 향후 법률적 다툼이 벌어지면 재판부에도 제출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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