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재판장님
2024년 12월 11일 선고가 예정된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2023고단822 등 병합사건의 피고들은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에서 오랫동안 배를 만들어 온 조선소 하청노동자입니다. 한국 조선업은 직접생산의 80퍼센트 이상을 하청노동자 담당하는 ‘하청중심 생산체제’로, 피고들은 대우조선해양 생산의 중추를 담당해 온 숙련노동자입니다.
그러나 2016년 불황이 시작되면서 조선업 전체로 7만 명 넘는 하청노동자가 조선소에서 쫓겨나고 실질임금은 30% 이상 삭감됐습니다. 그 혹독한 대량해고와 임금삭감을 견딘 끝에 조선업 호황이 시작되었지만 하청노동자 현실은 쉽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피고들은 노동조합에 가입했고, 하청노동자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원청 대우조선해양에 단체교섭을 요구했고, 2022년 6월~7월 51일 동안 파업투쟁을 했습니다. 절박한 마음으로 가로세로 1미터 남짓한 철창에 스스로를 가둔 채 “이렇게 살 순 없지 않습니까?”라고 외쳤습니다.
피고들의 외침에 한국 사회는 뜨겁게 반응했습니다. 한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기조차 힘든 저임금에 깜짝 놀랐고, 죽음의 위험을 무릅쓰고 일해야 하는 위험천만한 노동환경을 함께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피고들의 51일 파업에 전 사회적인 관심과 커다란 지지가 잇따랐습니다.
그러나 피고들의 파업은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원청 한화오션은 단체교섭은 거부한 채 정규직을 동원해 폭력을 휘둘렀고, 윤석열 정부는 경찰특공대를 투입하는 강제진압을 준비했습니다. 결국, 핵심 요구였던 임금인상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채 피고들은 파업을 마무리했습니다. 그 후 피고들이 맞닥뜨린 것은 47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 손해배상 소송과 형사고소였습니다. 그리고 이제 본 형사재판 1심 판결을 앞두고 있습니다.
51일 파업투쟁 이후 2년이 지났습니다. 그 2년은 피고들의 외침이 옳았음을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원청 대우조선해양이 피고들의 하청노동조합과 단체교섭을 할 의무가 있음을, 그것이 피고들에게 헌법이 직접적 규범력을 부여한 노동3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것임을 인정했습니다. 비록 윤석열 대통령에 의해 두 번이나 거부되었지만, 국회도 원청을 하청노동자의 실질적 사용자로 인정하는 노동조합법 개정안을 거듭 통과시켰습니다. 한편, 조선업 호황 속에도 하청노동자 저임금이 계속된 탓에 인력난이 심각해졌고, 그 인력난을 다단계하청 물량팀과 이주노동자 고용 확대로 해결하려고 한 까닭에 한국 조선업은 빈발하는 중대재해와 함께 지속가능성의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조선소 직접생산을 책임지는 상용직 하청노동자의 임금을 인상하고, 고용을 확대하고, 정규직과의 차별을 해소해야 한다는 피고들의 외침의 정당성과 의미는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감히 “피고들의 2022년 51일 파업투쟁은 무죄다”라고 말씀드립니다. 그것이 헌법 정신에 부합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판결이라 믿습니다.
하청노동자도 헌법이 부여한 노동3권을 실질적으로 누릴 수 있는 것이, 실질적 지배력을 가진 원청에게 사용자의 책임을 지우는 것이 이 시대가 요구하는 사회정의를 바로 세우고 법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는 길입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이제는 법원이 피고들의 정당한 외침과 주장에 공명할 시간입니다. 이에 재판장님의 정의롭고 지혜로운 판결을 탄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