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자 권리선언을 제안하며
1.
기성 학문 권력의 무능과 부패, 신자유주의화의 광풍 속에 대학과 학문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고, 수많은 연구자는 양극화된 노동시장, 신분제적 위계 구조 속에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대학과 학문의 위기는 단지 연구자의 생존을 위협할 뿐 아니라, 학문과 연구의 공공성을 심각히 훼손하여 우리 사회 전체의 지적, 정신적, 도덕적 퇴보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2.
이에 ‘(사)지식공유 연구자의 집(이하 연구자의집)’,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이하 민교협)’, ‘대학원생 노조’, ‘한국비정규교수노조(이하 한교조)’, ‘학술단체협의회(이하 학단협)’ 등은 올 초부터 학술적 연구의 정당한 가치와 연구자들의 권리를 천명하고, 대학과 학계 내부에서 자행되는 연구자 간의 차별 철폐의 필요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연구자 권리 선언’을 준비해 왔습니다.

3.
지난 1월부터 여러 연구자 조직이 참여하는 연속적인 토론회를 통해 연구자의집이 작성한 ‘연구자 권리선언’ 초안에 대한 논의와 검토가 있었고, 이러한 공감대 형성과 의견 수렴 과정을 바탕으로 마침내 지난 9월 중순 “연구자 권리증진과 차별철폐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를 구성하고 ‘연구자 권리선언문’을 최종 확정하였습니다.

4.
현재 공대위에 참여하는 13개의 교수/연구자 단체(교수노조, 대학원생노조, 만인만색연구자네트워크, 민교협,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자의집, 인문학 협동조합, 지식공유연대, 포럼 대학의 미래, 학단협, 한교조, 사회대개혁지식네트워크, 경남민주교수연대)는 많은 연구자들이 ‘연구자 권리선언’을 지지하는 서명에 참여해 주시길 희망합니다. 학문과 연구의 공공성 위기를 우려하시는 원로 교수/연구자들, 그리고 불투명한 미래 전망 속에서 생계를 걱정하는 대학원생을 포함하여, 모든 교수/연구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서명 동참을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2021년 10월 6일

연구자 권리증진과 차별철폐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연구자 권리 선언과 해제는 아래 링크를 참고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연구자 권리선언 및 해제 웹에서 보기
https://telegra.ph/%EC%97%B0%EA%B5%AC%EC%9E%90-%EA%B6%8C%EB%A6%AC-%EC%84%A0%EC%96%B8-10-05

연구자 권리선언 다운로드
https://drive.google.com/file/d/1-VlBcckE3GfH7gtwiQ2Ys3xEfBjTveV1/view?usp=sharing

* 서명 마감 일자: 2021년 11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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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 권리선언 전문
전문
모든 인간은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자유 의지에 따라 자신의 목표를 실현할 권리를 갖는다. 이러한 권리는 진리를 추구하고 연구, 교육을 수행하여 공동체에 기여하는 연구자들에게 활동의 기본 토대가 된다. 우리는 현재 이 토대의 붕괴를 목도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연구의 공공성은 매우 취약하며, 환경 위기나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미증유의 사태를 극복하는 데 절실한 성찰적이고 창발적인 연구는 단기적 성과주의가 지배하는 경쟁 체제에 의해 안정성을 보장받고 있지 못하다. 삶의 모든 영역을 상품화하는 것이 마치 정언명령처럼 통용되면서 진리의 전당이어야 할 대학조차 사실상 기업으로 전락하였다. 무엇보다 대학 붕괴가 현실화하면서 많은 연구자들이 나락으로 내몰리고 있으며, 연구자로서의 삶이 지속 불가능하다는 공포 속에서 절망하고 있다. 연구의 공공성 위기와 연구자의 생존 위기는 단순히 연구자라는 특정 직종의 위기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보편적이고 공공적 가치에 기반한 연구 활동은 그 자체로 우리 사회의 미래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지금의 상황에 절망하여 침묵하고 있기에는 이 문제가 너무나 절실하다. 우리는 현재의 위기를 교육과 연구에서 공공성을 회복할 마지막 기회로 생각한다. 이것은 단지 그간 학문 활동의 터전이었던 대학의 공동체성을 보듬어내는 차원을 넘어 우리 사회, 더 나아가 인류의 생존 가능성을 확대하는 일이다. 이러한 과제를 정당하고 당당하게 수행하기 위해 연구자로서의 권리를 선언하고 사회적 책무를 밝힌다.

제1조 연구자의 정의
연구자는 연구 노동을 수행하는 사람이다. 체계적 지식을 연마하고 전수하며, 합리적 방법으로 새로운 지식을 생산하는 일체의 행위를 연구 노동이라 한다. 호기심을 품은 모든 개인은 자유롭게 연구자가 될 수 있어야 하고, 연구자는 인류 공공의 지적 체계를 갱신함으로써 공동체의 진보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여야 한다.

제2조 연구자의 책무
제1항 연구자는 연구의 전 과정을 윤리적으로 수행하여야 한다.
제2항 연구자는 서로를 학문 공동체의 동료로서 존중하여야 한다.
제3항 연구자는 인류 사회와 생태 환경을 위해 지식을 공유하고 활용하여야 한다.

제3조 연구자의 평등
제1항 모든 연구자는 각자가 속한 학문 공동체에서 동등한 의결권과 선거권·피선거권을 가진다.
제2항 모든 연구자는 젠더, 섹슈얼리티, 지위, 장애, 병력, 나이, 언어, 국가, 민족, 인종, 피부색, 지역, 학교, 신체조건, 혼인, 임신 또는 출산, 가족 형태 및 가족 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전과, 학력, 고용 형태, 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

제4조 연구 성과
연구의 모든 과정과 결과는 공적이고 윤리적이어야 한다. 연구자는 연구 성과에 대해 보상받을 권리가 있으며, 연구 성과가 왜곡·남용되지 않도록 감시할 의무가 있다.

제5조 연구 환경
연구 환경은 연구를 수행하는 물리적 공간과 학문 공동체의 문화와 제도를 포괄하는 공공영역이다. 연구자는 연구의 지속과 연구 역량의 증진을 위해 연구 환경의 안전성·안정성·개방성·독립성을 보장받을 권리를 가진다.

제1항 (안전성) 연구자는 연구 수행상의 각종 사고와 성적‧정신적‧물리적 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연구 환경을 보장받고,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받을 권리를 가진다.
제2항 (안정성) 연구자는 연구 수행을 위한 기본적인 생활과 고용 안정을 보장받을 권리를 가진다.
제3항 (개방성) 연구자는 연구 생산물, 자료, 기관 및 공동체에 대한 접근을 제한받지 않고,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환경 속에 고립되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
제4항 (독립성) 연구자는 연구 활동 및 정신적‧신체적 건강을 위해 타인에게 침탈 받지 않는 시공간을 보장받을 권리를 가진다.

제6조 정책 참여
연구자는 연구 및 교육과 관련된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할 권리를 가진다.

제7조 조직 결성
연구자는 스스로의 의사에 따라 연구, 교육, 노동 관련 조직을 결성할 권리를 가진다.

제8조 사회 경제적 권리
국가는 전체 사회를 대표하여 연구 활동을 촉진하고, 학문의 독립성, 자생성, 지속성을 뒷받침하고 연구자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제1항 국가는 연구자의 안정적 연구 환경을 보장하기 위하여, 연구자에게 연구 공간, 자료 접근성, 강의와 교육의 기회 등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닌다.
제2항 국가는 연구자들이 생산한 지식을 대중들에게 전수하고 토론할 수 있도록 물질적, 정책적 지원을 지속하고 확대할 의무를 지닌다.
제3항 국가는 학문 공동체에 대한 연구자의 평등한 의결권 및 선거권‧피선거권을 실현할 수 있도록 실효적인 정책과 제도를 마련해야 할 의무를 지닌다.
제4항 국가는 연구자가 학문 및 교육 분야 정책 수립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할 의무를 지닌다.
제5항 국가는 연구자 관련 조직이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과 제도를 마련할 의무를 지닌다.
제6항 국가는 연구자의 사회 경제적 권리를 실현할 수 있는 정책과 제도를 마련할 의무를 지닌다. 여기에는 여러 사회 보험과 연구자 생애 주기에 맞는 재정 지원 등의 제공, 재생산 권리 보장, 연구자를 위한 사회 주택의 제공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해제
 
전문

1. “모든 인간은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라는 문구는 헌법 제10조의 문구에서 차용한 것이다.

2. 헌법 제22조의 ①항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와 ②항 “저작자·발명가·과학기술자와 예술가의 권리는 법률로써 보호한다”에는 ‘연구자’라는 범주가 존재하지 않는다. 또, 헌법 제31조에 ‘교육 받을 권리’에도 역시 연구 혹은 연구자라는 범주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처럼 ‘연구자’라는 범주는 대한민국 헌법 어디에도 명시되어 있지 않으며, 이는 한국 사회에서 연구자 집단의 가치와 의미가 사회적으로 제대로 인정받고 있지 못한 현실을 잘 보여준다.


제1조

1. 첫 문장에서 연구자는 노동자의 일원임을 선언하였다.

2. “체계적”이라는 표현으로 신념이나 종교의 초월성과는 다른 학문의 과학성을 내포하고, “합리적”이라는 표현으로 영감이나 몽상과는 다른 학문의 검증가능성을 담보하였다.

3. 직업선택 자유의 실현을 “호기심”으로 제유하고, 전문성 습득 교육 과정에 대해서는 앞 문장의 “연마하고 전수하며”에 수용하였다.

4. “공동체의 진보”를 연구 노동의 궁극적 목표로서 첫 조에서 제기하였다. “호기심”이라는 개인적 요구를 공동체의 관심사로 고양하는 효과를 보이기 위해서이다.

제2조

연구자 자신의 연구와 관련된 윤리에서 출발하여, 학문 공동체의 윤리를 거쳐, 인류와 생태의 문제에 도달하는 보편적 책무를 제시하였다.

제3조

1. 학문 공동체 내부의 차별을 지양하고 민주적 의사 결정 과정을 지향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항이다.

2. ‘폭력’과는 별도로 ‘차별’ 없는 평등한 연구 환경의 보장이 강조될 필요가 있기에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내용을 적극 참조하였다. ‘성별,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을 ‘젠더, 섹슈얼리티’로 변경하였으며, 학문 공동체의 특성을 반영하여 '지위'를 추가하였다.

제4조

이 조항은 연구자가 자신의 연구 노동과 성과에 대한 정당한 권리와 보상을 보장받게 하는 것을 목적에 두고 있다. 이에 ‘연구 기회에 대한 정당한 보장’·‘연구결과에 대한 정당한 활용’·‘연구결과가 공적인 목적을 해치는 것에 대한 거부’를 이 조항의 핵심으로 하고 있으며, 연구 노동과 연구 성과의 공공성과 윤리성도 고려하려고 하였다.

제5조

1. ‘연구 환경’을 정의할 때, 물리적인 연구 공간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와 더불어 학문 공동체의 문화와 제도까지 포괄하여 연구를 구성하는 다양한 조건을 폭넓게 고려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연구 활동이 사회적 행위로서 공공성을 지향하므로 연구 환경은 사회적 보장을 요하는 공공영역임을 강조하였다.

2. 연구 환경에 대한 사회적 보장이 적극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함을 주지하고자, 연구 환경 보장의 구체적인 목적이 연구자들의 ‘연구의 지속’과 ‘연구 역량의 증진’ 양자임을 명시하였다.

3. 연구 환경의 안전성·안정성·개방성·독립성의 보장이 무엇을 말하는지를 ‘항’으로 구체화함으로써 선언의 실효성을 확보하고자 하였다.

4. 연구 환경의 안전성을 연구 활동과 관련된 상황에서 일어나는 ‘사고’와 ‘폭력’으로부터의 보호로 명시하고, ‘등’을 붙임으로써 사고나 폭력으로 범주화되기 어려운 상해들(우울증 등)을 포괄할 수 있게 하였다. 이를 통해 연구자 산재보험이 성적‧정신적‧신체적 상해에 대한 보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자 하였다. 연구 수행상 재해의 신속하고 공정한 보상의 권리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시행 2021. 7. 27.] [법률 제17910호, 2021. 1. 26., 일부개정]’의 <제1조 목적>을 참고하였다.

5. 연구 환경의 안정성은 특정 기간 동안의 ‘연구 사업’에 대한 지원의 확대뿐 아니라 연구의 지속을 위한 기본적인 생활 보장과 교수자로서의 고용 안정, 각종 노동에 대한 대가의 정당한 보장을 통해 확보되어야 함을 주장하고자 했다. 특히 현재 구조적으로 전혀 보장되지 않고 있는 영역인 ‘연구 기관 운영’이 연구자들의 노동으로 이루어진다는 점과, 연구 활동으로서의 학회 운영이 연구자들의 노동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정부의 학회 지원 항목에 인건비가 책정되지 않는 문제 등으로 인해 인건비의 구조적 보장이 부재함에 따라 학문 공동체의 위계 구조하 학회 간사들의 노동이 착취되는 현실을 염두에 두었다.

6. 연구 환경의 폐쇄성을 지적함으로써, 연구 환경의 폐쇄성을 지적함으로써, 민간 디비업체 등의 학술성과 및 자료의 독점적‧상업적 유통, 독립 연구자들에게 기관에 대한 접근이 제한되는 문제, 학문 공동체의 권위적‧비위(非違)적‧이기적 운영이 재생산되는 문제에 구조적으로 접근하고자 했다. 연구 활동이 공공성을 갖는 만큼 연구자들이 개방적인 연구 환경을 보장받는 것이 학문 공동체의 취지가 되어야 함을 주지하고자 했다.

7. 연구자들이 고립/소외되지 않는 것이 중요한 만큼이나 독립적인 연구 환경을 보장받는 것 또한 중요하다. 독립적인 시공간은 연구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이며 연구자의 정신적‧신체적 건강을 담보하므로, 연구자의 권리로서 인식‧보장될 필요가 있다.

제6조

중앙 및 지방의 정부가 연구 및 교육에 관한 정책을 수립할 때 연구자 참여의 당위성을 명확하게 한 조항이다.

제7조

연구자 복지, 지속가능한 교육정책 수립, 안정적 연구환경 제공, 연구자 참정권 실현, 연구자 책무 실현 등을 위해, 연구자 상호 간의 협력과 연대에 기초하여 연구자가 자발적으로 조직을 결성할 권리가 있음을 표명한 조항이다.

제8조

연구자라는 지위를 이용하여 어떤 특권적인 요구를 하는 것이 아니라 권리선언에 담긴 요구가 사회 전반적으로 당연히 모든 노동자가 가져야 할 권리임을 상기시키면서 연구자도 연구노동을 수행하는 노동자임을 선언하고 이와 관련됨 사회적인 인식을 촉구하기 위한 조항이다.

제9조

지식 생산을 통해 공동체에 기여하고 나아가 공동체의 생존 가능성을 확대하는 연구 노동을 수행하는 연구자의 윤리에 응답하여, 공동체를 대표하는 기관으로서 국가가 수행해야 할 책임의 목록을 제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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