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은 입시 대박이 아니라 입시 폐지를 원한다》 - 2021 입시경쟁 반대 청소년 선언
《청소년은 입시 대박이 아니라 입시 폐지를 원한다》
-2021 입시경쟁 반대 청소년 선언

(11월 18일 수능 당일 발표될 글입니다)

수능 시험이 있는 오늘, 모두가 ‘수능 대박’을 기원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가 입시경쟁에서 승리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오늘날의 교육은 누군가 승리하면 누군가는 패배할 수밖에 없는 경쟁 교육이며, 현재의 삶을 포기하도록 강요하는 억압적인 교육이다. 우리 청소년들은 이제는 참지 않고 당당히 새로운 체제를 요구할 것이다.

한국의 대학과 국제중, 자사고 등 일부 특권학교들은 학생들을 일률적인 기준으로 줄 세워 선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학생들은 내신, 특별 활동, 봉사 활동, 독서 기록 등 입시의 기준에 맞추려 학교생활을 저당 잡히고 있다. 중·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입시 결과를 트로피로 삼으며,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에게 특혜를 제공한다. 성적이 낮은 학생들은 차별 대우와 모멸감에 시달린다. 모든 청소년은 자신의 인격적 발달을 위해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또,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권리를 보장받고 공공에 기여하기 위해 교육을 필요로 한다. 선발하기 위한 교육, 시험 성적과 자격에 따라 차별적인 기회를 주는 교육이 아니라, 모든 학생을 위한 교육을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

“입시경쟁은 성공의 기회를 제공하는 계층 사다리”라는 것은 잘못된 교육이 지속되게 만들어 온 환상이다. 입시경쟁은 불평등을 심화하고 계급을 재생산하는 수단에 가깝다. 한국 사회에서 출신 대학은 한 사람의 미래를 결정하고 가치를 판단하는 근거가 된다. 그러나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사람이 더 많은 사회적 자원을 가지는 것이 당연한 이 체제는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않다. 학생들이 서는 출발선은 모두 다르다. 상위 계층의 학생은 막대한 부를 들여 사교육과 입시 컨설팅을 받지만, 그렇지 못한 평범한 학생은 아무리 노력해도 그들을 따라잡기 힘들다. 한편 누군가는 생계를 위해 대학 진학을 포기하거나, 가정과 학교에서 폭력을 겪으며 경기장에 설 기회조차 박탈당한다.

무엇보다 입시경쟁은 청소년을 고통으로 몰아넣는다. 우리는 ‘이게 다 너를 위한 거야’라는 말을 들으며 하루의 대부분을 공부에 쏟아붓는다. 치열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정규 수업에 더해 보충 수업, 야간 자율 학습, 사교육까지 엄청난 양의 학습 노동을 견뎌낸다. 그러나 모두가 열심히 노력해도 누군가는 경쟁에서 밀려나 ‘깔아 주는’ 역할을 해야만 한다. 한국 청소년의 절반 이상이 수면 부족에 시달리며, 입시 스트레스로 인해 두통이나 복통, 우울과 불안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청소년도 많다. 우리의 건강과 행복이 파괴되고 있지만, 이 사회는 아랑곳하지 않고 ‘앞으로의 삶은 청소년기에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달려 있다’라는 말을 반복하며 우리를 끊임없이 경쟁의 전장으로 내몰고 있다.

우리 청소년은 입시경쟁에서의 승리가 아닌 입시경쟁의 폐지를 원한다. 승자와 패자를 나누고 우리를 고통으로 몰아넣는 교육, 진정한 배움을 가로막는 교육, 불평등과 양극화를 부추기는 교육은 필요없다. 학교가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어떤 교육을 받을지 선택하고 주체로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교육을 받는 목적은 더 높은 계층에 오르기 위함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으로서 소속감과 효능감을 느끼며 행복을 추구하기 위함이어야 한다. 그 기회는 모두가 차별 없이 평등하게 누릴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학생을 선발할 권한을 학교에게서 박탈하라. 우리에게는 원하는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
하나, 고교·대학의 서열을 폐지하고 평준화하라. 우리에게는 경쟁에 얽매이지 않고 현재의 삶을 누릴 권리가 있다.
하나, 대학 등록금을 전면 무상화하라. 우리에게는 장벽 없이 공공을 위한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
하나, 학교에 만연한 성적 차별을 금지하라. 우리에게는 서로 다른 속도를 존중받으며 각자의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
하나. 학력·학벌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수립하라. 우리에게는 평등한 세상에서 살아갈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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