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강좌 소개
이번 [천천히 읽어보는 발터 벤야민] 3기는 <폭력 비판을 위하여>(Zur Kritik der Gewalt, 1921)를 강독하며, 법과 정의, 국가 폭력과 저항의 관계에 대한 이론적 성찰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폭력의 비판을 위하여>는 벤야민의 글 중에서 가장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킨 개념 중 하나인 ‘신적(göttliche) 폭력’에 대한 서술을 담고 있는 텍스트입니다. 몇몇 학자들은 이 텍스트가 법치주의나 의회주의 부정한다거나, 특정한 종류의 폭력을 정당할 위험이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심지어 벤야민의 신학적 모티브가 (그의 의도와 상관없이) 그를 죽음으로 이끈 나치의 폭력과 유사한 귀결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드러낸 학자들도 있습니다.
반면, 벤야민의 텍스트에서 법과 폭력의 관계, 비폭력 저항의 (불)가능성, 신화와 신학적 모티브 사이의 차이, 살아있는 이들의 ‘해방’을 향한 관심, 시오니즘에 대한 우려와 파시즘에 대한 통렬한 비판 등 급진적인 사유의 가능성을 발견한 철학자들도 있습니다.
하나의 텍스트가 이렇게 다른 방식으로 해석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는 이 이유를 (해석자들의 실수나 오해가 아니라) <폭력의 비판을 위하여>가 다루고 있는 여러 문제들에 내재한 긴장(예를 들어, 비폭력-폭력의 애매성, 메시아주의의 유물론적 사용 등)에서 찾아보려고 합니다.
[천천히 읽어보는 발터 벤야민] 3기가 파시즘과 전체주의의 특징, 비폭력 저항 정치의 가능성과 한계, 세속성과 종교성의 충돌 등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아마도 미래의 인류를 끊임없이 괴롭힐 여러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2. 강좌의 구성과 진행방식
본 강좌는 세 부분으로 구성됩니다. 먼저, 벤야민의 생애, 역사적 배경, 사상의 특징 등을 소개합니다. 첫 두 동안, <신학적 정치적 단편>, <종교로서 자본주의>,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 <역사의 개념에 대하여> 등의 핵심 구절과 칸트의 <영구 평화론>과 스피노자의 <신학-정치론>과 같이 벤야민이 참고한 글을 함께 읽어보며, 과연 벤야민을 ‘정치철학자’로 간주할 수 있을지, 만약 그렇다면 어떤 종류의 정치철학자라고 할 수 있는지 알아봅니다(1-2주).
이상의 준비 작업을 마친 다음에는, <폭력의 비판을 위하여>를 함께 읽는 시간이 이어집니다. 텍스트를 꼼꼼히 읽으며 법-정립적 폭력과 법-보존적 폭력, 신화적 폭력과 신적 폭력 등 <폭력의 비판을 위하여>에 등장하는 주요 개념들을 정리합니다. 이를 통해 벤야민의 관심이, 법과 정의의 분리로 스스로를 정당화하는 폭력이 “합법적으로" 자행될 때, 시민들이 “불법에 빠지지 않고” 저항할 수 있는 가능성의 모색에 있음을 확인합니다.
마지막 단계(6-8주)는 비판과 해석입니다. <폭력의 비판을 위하여>는 데리다, 아감벤, 버틀러 등 여러 철학자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이들의 논평을 참고하며 벤야민의 신학적 모티브 문제, 파시즘과 시오니즘 문제, 종교와 정치 사이의 문제 등에 대해 더욱 깊이 생각해 봅니다.
벤야민은 결코 글을 쉽게 쓴 저자가 아닙니다. 1차 세계 대전과 그 이후의 혼란, 즉 유대인에 대한 노골적인 차별, 나치당의 집권 이후 강제된 난민 생활 등을 거치는 어려운 상황에서 글을 썼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기존의 철학적 체계를 계승하기보다는 문학적이고, 정교한 비평의 언어 안에 자기 생각을 꾹꾹 눌러 담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본 강좌에서 역사적·철학적 배경, 텍스트 강독과 분석, 벤야민 사후의 평가 검토를 모두 다루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3. 주차별 계획
▪︎ 1강: 발터 벤야민의 철학과 생애 소개
▪︎ 2강: 텍스트의 배경:칸트의 <영구 평화론>과 스피노자의 <신학-정치론> 등
▪︎ 3강: <폭력의 비판을 위하여> 강독 - 법보존적 폭력과 법정립적 폭력
▪︎ 4강: <폭력의 비판을 위하여> 강독 - 신화적 폭력과 신적 폭력
▪︎ 5강: <폭력의 비판을 위하여> 강독 – 벌거벗은 삶과 “살생하지 말라”는 명령
▪︎ 6강: 비판과 재해석: (1) 자크 데리다, 조르조 아감벤, 게르숌 숄렘 등
▪︎ 7강: 비판과 재해석: (2) 한나 아렌트, 주디스 버틀러, 크리스토퍼 멘케 등
▪︎ 8강: 토론 및 총정리
4. 읽기 자료
주요 교재인 <폭력의 비판을 위하여>는 도서출판 길 선집 5의 최성만 번역이나, 『법의 힘』에 수록된 진태원 번역 중 어떤 것을 보셔도 좋습니다.
나머지 참고문헌은 필요한 부분만 읽을 예정이니 모두 구입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각 수업에 등장한 참고문헌과 강의 PPT는 강의 다음 날 이메일로 공유됩니다.
- 발터 벤야민 <폭력비판을 위하여> (발터 벤야민 선집 5) (최성만 옮김, 길, 2008)
- 자크 데리다, 『법의 힘』(진태원 옮김, 문학과지성사, 2004)
- 주디스 버틀러, 『지상에서 함께 산다는 것』(양효실 옮김, 시대의창, 2016)
- 조르조 아감벤,『호모 사케르』(박진우 옮김, 새물결, 2008)
- 한나 아렌트, 『폭력의 세기』(김정한 옮김, 이후, 1999)
5. 수강 대상
- 발터 벤야민의 텍스트를 읽어보고 싶은 사람
- 정치가 기술, 매체, 미학과 맺는 관계에 호기심이 있는 사람
- 국가폭력, 파시즘, 전체주의에 대해서 혹은 그것에 대항하는 저항 정치에 대해서 공부하고 싶은 사람
🗣️ 강의: 강지하
서강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벨기에 루뱅대학교 (KU Leuven)에서 임마누엘 칸트의 『판단력비판』 에서 추(Hässlichkeit)의 문제에 대한 논문으로 석사학위를(M.A.), 게오르크 짐멜의 도시 철학에 대한 논문으로 연구석사(M.Phil)학위를 받았다. 같은 대학 철학과에서 발터 벤야민의 역사철학에 대한 박사논문을 준비 중이다. 피터 오스본, 매튜 찰스, 『발터 벤야민』(도서출판 에라스무스, 2023), 에마뉘엘 레비나스의 『시간과 타자』(문예출판사, 2024, 공역) 등을 한국어로 옮겼다. 현재 서강대학교 철학연구소와 인문학&신학연구소 에라스무스의 연구원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