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선장/선원 재판에 대한 엄정한 판결 촉구 탄원서



존경하는 재판장님

어느덧 세월호 참사 300일이 훌쩍 넘어 1 주기를 바라보는 시점이 되었습니다. 재판장님께서는 그간 세월호 가족의 진상 규명을 위한 피눈물 나는 노력을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재판 중에 유가족들이 점점 유능해지고 절제력이 생겼다고까지 말씀하셨다지요? 이는, 재판장님께서 유가족의 아픔을 마음 깊이 체휼하심의 반증이라고 생각됩니다. 또한, 재판을 보다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진행해주신 점에 대해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그렇기에 국민들은 이번 항소심(광주고법 2014 노 490호)에서 세월호 참사의 특수성 감안 및 국민의 법 감정을 고려한 판결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미루어 짐작하시겠지만, 대다수의 국민들은 선장/선원 1심 선고 내용을 신문으로 접하고 탄식했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기본적인 사회의 통념이 철저히 무너진 사건이기에 관련자에 대해 보다 엄격한 법 적용과 처벌이 필요하고, 이를 통해 세월호 참사와 같은 또 다른 참사의 재발을 방지하고 안전한 나라를 건설하는데 초석이 될 것을 희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월호 참사의 참혹함과 중대성에 비춰볼 때 이들의 형량은 과연 합당한 것인가요? 승객들을 탈출시켜야 했던 절박한 시간에 캔맥주를 마시며 담배를 피우고 본인들만 빠져나가기에 급급했던 선장과 선원들, 그 결과 해경 추산 304명을 수장시킨 것에 대한 1차적인 책임을 법의 이름으로 제대로 묻고 있는가 하는 근본적 의문이 듭니다.

1차 판결문 일부 (선장/1등 항해사)를 보니 “이준석 선장은 대리선장이었고 2013. 10월 담석 수술로 인해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화물 과적 및 부실 고박의 업무 관행을 바로 잡기 어려웠으며 선원들에게 승객들에 대한 구호 조치를 제대로 할 수 없다”. 그리고, 1등 항해사 강원식은 “선장 이준석의 지시가 없는 상태에서 다른 선원들에게 구조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시할 위치에 있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국민들은 묻고 싶습니다.

이 모든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선장/선원이 손 놓고 있는 상황이었다면 침몰하는 배에서 승객은 누구를 믿고 지시에 따랐어야 하냐는 것입니다. 선장 이준석의 경우, 건강상의 이유로 구조에 대한 판단이 흐려질 정도라면 그 동안의 항해는 어떻게 했을까요? 그리고, 1등 항해사가 선장의 지시가 없는 상황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 수난 구조 시 1등 항해사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재판장님께서도 잘 아시겠지만 교사, 학생, 일반인들이 나서서 승객을 구조했습니다. 그런데 그 동안 배를 수도 없이 탔던 배의 관리자들은 왜 승객을 구하지 않은 채 해경의 고무보트를 제일 먼저 탔을까요?

그리고, 피고인들이 구조활동에 대한 적절한 교육은 받지 못했더라도 선장 이준석의 경우 배를 40년 이상 탄 베테랑이며 이미 이준석은 침몰되는 배에서 구조된 적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객들을 버리고 선원과 같이 탈출하는 기본적인 인간의 도덕적 소양 및 직업 윤리 의식을 버린 사람입니다. 마찬가지로 선원들 역시 그 모든 것을 순식간에 버렸습니다.

게다가 더욱 중요한 것은, 선장 이준석은 침몰하는 배의 상황에 대해 인지를 하고 있었습니다. 해경과의 교신을 보면 본선이 넘어가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 조타실에서 긴급 명령을 내려서 어떻게든 승객들을 탈출 시켰어야 합니다. 재판부에서 인정한대로 고 양대홍 사무장에게 퇴선 명령을 내렸다고 한들 실제 이행했는지 아닌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왜 조타실에서 긴급 퇴선 명령을 하지 못했을까요? 침몰하는 배에서 선장과 선원이 어떤 조치도 하지 않은 채 유유히 빠져나가는 것만으로도 살인의 고의성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이런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 참사의 책임을 제한하고 건강상의 이유로 유리한 양형을 하는 것이 과연 맞는 지 재판장님께 다시 한 번 여쭈고 싶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다 탈출할 수 있었던 소중한 304명의 생명이 온 국민이 보는 앞에서 수장 당했습니다. 왜 구조받지 못하고 죽어야 했는지 밝혀질 때까지 유가족들에게 일상은 없습니다. 모든 참사의 원인이 밝혀지고 관련 책임자를 처벌할 때 현재 유가족들이 겪고 있는 고통과 자책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재판이 마무리됨에 따라 일부 국민들은 세월호 참사가 다 해결되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유가족이 원하는 진실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법정에서 낱낱이 밝혀지고 있는데 어떤 진실을 위해서 싸우냐는 이야기들이 나돌고 있습니다. 특별법의 제정과정도 힘겨웠지만, 진실을 재구성하는 길도 시작부터 험난합니다. 진상조사특위 설립에서부터 예산문제로 갈등이 있었고, 실종자수습과 진실규명을 위한 인양조차 돈의 논리로 접근하는 정부와 여당을 봅니다.

재판장님! 하지만 대다수의 국민들은 세월호 참사의 진실에 여전한 갈증을 느끼고 있습니다. 검찰의 무딘 칼날은 세월호 참사 당일 CCTV 코드가 왜 뽑혔는지, 생존자 서희근씨가 증언한대로 변산반도 앞에서 왜 배가 쿵 하는 소리와 함께 기울었는지, 참사 당일 왜 이준석이 해경 아파트에서 머물렀는지 등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밝히지 못한 진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선장/선원 재판을 마무리한다는 것이 매우 아쉽습니다 하지만, 이런 한계 속에서도 합리적이고 엄중한 판결을 해주실 것을 믿고 또 요청 드립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벚꽃이 만개하던 4월 16일 수학여행의 목적지가 제주도가 아닌 하늘나라로 바뀐 이유가 궁금합니다. 참사의 원인을 밝히라고, 안전하고 행복한 나라에 함께 살자고 300일 동안 고통스럽게 외쳐왔던 유가족들과 수 많은 국민들을 잊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그 많은 사람들은 세월호 참사 전과 후의 대한민국이 달라지길 원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서 잘못은 바로잡고, 책임이 있는 사람은 그에 합당한 책임을 지는 것이 안전한 대한민국에서 건설할 수 있는 길이라고 믿습니다. 세월호 참사에 얼룩진 잔상이 대한 민국에 남지 않도록 피고인 모두에게 엄중한 처벌을 부탁 드립니다. 제발 이 나라의 정의가 피해자의 눈물을 닦을 수 있도록, 반복되는 인재에 더 이상 희생되는 국민이 없도록 현명한 판결 부탁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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