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장혜영입니다.

정의당 비례대표 경선결과를 공유드린 이후 처음으로 글을 씁니다.

축하해주신 모든 분들께 한 분 한 분 직접 인사드리지 못해 송구합니다.

경선결과를 접한 그 순간부터 정의당을 대표하는 청년정치인으로서의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지금 당장 제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일지 깊이 고민했습니다.

코로나19가 가장 먼저 가장 무섭게 덮친 이들은 다름아닌 우리 사회의 오랜 약자들이었음이 드러나고 있었을 때, 이번 경선의 첫 온라인 정견발표가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저는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반드시 이 위기를 함께 넘겨야 한다.

우리는 다시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

경선이 끝난 지금, 저는 다시 같은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아니라 더 많은, 더 튼튼한 사회적 연결입니다.

우리는 반드시 함께 이 위기를 넘겨야 합니다.

우리는 더 많이 연결되어야 합니다.

감염확산방지를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요하다는 말씀들을 하십니다. 어떤 의미에서 이 말씀을 하시는지 압니다. 감염확산방지를 위해 물리적 거리두기가 필요하다는 말씀이실 겁니다. 그러나 이것은 정말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고립이 곧 생존의 위협으로 이어지는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한 자원이 없는 사람들이 고립되어 외롭게 생존을 위해 분투하고 있습니다. 가장 취약한 사람들이 가장 필요한 지원으로부터 소외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코로나19 이후의 시대를 생활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그 생활의 원칙은 ‘거리두기'의 원칙이 아니라 ‘안전하게 연결되기’의 원칙이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 삶의 본질은 바로 타인과의 연결, ‘사회를 구성하며 살아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언제든 전세계적인 신종 감염병이 발생할 수 있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이제 새롭고 강력한 사회적 연결’을 발명해야 합니다. 그 연결은 지금 가장 취약하게 고립되어 있는 사람을 찾아가는 행동에서 시작될 것입니다. 그를 찾아가고, 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주는 행동에서 시작될 것입니다.

여러분께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함께 행동해주십시오.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게 연결되어 주십시오. 우리 자신을 위해 그렇게 해주십시오. 우리는 충분히 ‘안전한 연결’을 위한 지혜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우리 각자가 있는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있습니다. 동결되어가는 우리 사회를 다시 가동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위생수칙들이 있고, 필요한 물품들이 있고, 무엇보다 우리가 서로 함께 살아가야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우리 자신이 있습니다.

정의당은 ‘연결’이라는 이름의 사회적 면역체계를 최대한으로 가동하기 위한 모든 행동에 단호히 나설 준비를 마쳤습니다. 정치의 본령은 가장 취약한 사람들과 삶을 함께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일단 저를 비롯한 정의당의 청년비례후보들은 이번주에 대구로 갑니다. 대구 지역에서 후원으로 도착한 물품들을 필요한 곳으로 배달하는 일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이 외에도 필요한 곳에 필요한 인적, 물적 자원이 연결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덧붙여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마음을 모아 엄중한 시국을 헤쳐나가기도 모자란 이 시점에 의도적으로 저에 대한 악성루머를 만들고 퍼뜨리는 사람들의 존재를 걱정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페미니스트이고, 모든 개인의 평등한 존엄이라는 가치를 믿습니다. 성평등을 지지하고 여성혐오에 단호히 반대하는 사람으로서 저는 몇 년 전부터 제가 할 수 있는 반경 내에서 목소리를 내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주로 제가 운영하는 미디어를 통해 관련된 화제에 대해 얼굴을 드러내고 발언을 하는 방식이었습니다. 2017년 없어진 ‘메갈리아라는 웹사이트가 몇 년 전 우리 사회에 여성혐오를 둘러싼 치열한 담론에 불을 지폈을 때도 저는 제가 운영하던 유튜브 채널에 한 영상을 만들어 올렸습니다. ‘메갈리아에는 관심, 여성의 구조적 고통에는 무관심?’이라는 제목의 영상이었습니다.

영상에서 저는 공론장에서 이 문제에 대해 말하는 사람들을 네 종류로 분류했습니다. 메갈리아에도 여성의 구조적 고통에도 관심이 있는 사람, 메갈리아에도 여성의 구조적 고통에도 관심이 없는 사람, 메갈리아에는 관심이 없지만 여성의 구조적 고통에는 관심이 있는 사람, 끝으로 여성의 구조적 고통에는 관심이 없으면서 오직 ‘메갈리아’라는 이름에만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각각 있는 것 같다, 메갈리아라는 현상이 가리키는 우리 사회에 누적되어온 여성에 대한 구조적 차별에는 관심갖지 않으면서 오직 누군가를 실체도 불분명한 ‘메갈’이라고 낙인찍어 갈등을 조장하는 행위를 경계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 영상은 사람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고, 저에게 공감해주시는 분들도 계셨지만 다른 어떤 이들은 그저 저를 ‘메갈’로 낙인찍고 공격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어느새 구글에 ‘생각많은 둘째언니’를 검색하면 자동완성으로 ‘생각많은 둘째메갈’이라는 검색어가 뜨게 되었습니다.

지난 2월 당내 여성주의자모임에서 이러한 내용을 이야기하며 자조적으로 이러한 낙인찍기를 비판했고 그 내용을 트위터에 적은 것이 당 안팎에서의 ‘메갈’몰이로 이어질 것이라고는 솔직히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당내에서의 문제제기가 더욱 가슴아팠습니다. 한번이라도 제가 정확히 무엇을 해온 사람이었는지 직접 찾아보셨다면 결코 제기하실 수 없는 문제였기 때문입니다.

‘너 메갈이지’라는 질문은 ‘너 빨갱이지’라는 질문과 많이 닮아 있습니다. 그 질문의 의도가 명백히 상대의 인격을 말살하고 한 인간을 자의적으로 규정된 하나의 ‘있어서는 안될’ 존재로 규정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두 질문이 작용하는 방법은 정확히 같습니다.

낙인이 아니라 낙인찍는 자의 비열한 손을 똑바로 직시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우리에게는 낙인찍힐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사고하고 발언하는 더 많은 시민, 그리고 그 시민들 사이의 더 많은 안전한 연결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긴 글을 드렸습니다. 한 사람의 정치인으로서 저는 이제 막 저의 길을 가기 시작했습니다. 든든한 정의당의 동지들이 있고 저와 정의당을 믿고 지지해주시는 시민 여러분이 계셔서 두렵지 않습니다. 당당히 나아가겠습니다. 부디 함께해주십시오!

2020. 3. 9

정의당 비례대표후보 장혜영 드림